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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EXP 기획 - 혈액형 테스트의 추억에서 시작하다

이창연•2025년 12월 23일•Life EXP

Life EXP 기획 - 혈액형 테스트의 추억에서 시작하다

Life EXP 서비스

Life EXP - 50개의 O/X 질문으로 당신의 인생 경험치를 측정합니다

20년 전의 바이럴 경험

2003년, 나는 bloodtest.co.kr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했다. 4지선다 문항에 답하면 혈액형을 맞추는 단순한 서비스였는데, 입소문을 타더니 하루 방문자가 수십만을 넘겼다. 당시엔 SNS도 없었는데 말이다.

서버 트래픽 비용이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학생 신분으로 운영하던 사이트였는데, 갑자기 월 수백만 원대 호스팅 비용이 청구됐다. 급하게 배너 광고를 붙였고, 다행히 광고 수익으로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다.

비결은 간단했다. "맞춘다"는 게임적 요소 + 자기충족적 예언. 사람들은 자신의 혈액형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고, 그에 맞게 답변을 선택한다. 2회차에 이전 결과를 반영하면 적중률은 더 올라간다.

재미있었던 건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신기하게 맞췄어요!"라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통계적으로 25% 확률인데도 말이다. 심지어 틀려도 "2회차엔 맞췄네요!"라며 공유했다. 게임적 요소가 예측 정확도보다 중요하다는 걸 그때 배웠다.

당시 입소문의 경로도 흥미로웠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링크가 퍼지고, MSN 메신저로 공유되고, 네이버 카페에 "신기한 사이트" 제목으로 올라갔다. 2003년식 바이럴이었다. 마케팅 비용은 0원. 순전히 "이거 신기한데, 너도 해봐"의 힘이었다.

2024년, 같은 공식을 다른 소재로

혈액형은 이제 식상하다. MBTI도 넘쳐난다. 뭔가 새로운 게 필요했다.

고민하다 떠오른 건 "인생 경험"이었다. 결혼, 이혼, 창업, 파산, 사고, 여행... 사람마다 겪은 경험이 다르다. 이걸 점수화하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50개 질문에 O/X로 답하면 인생 경험치를 측정해주는 서비스, 해볼래?" 반응은 뜨거웠다. "재미있을 것 같은데?", "내 점수 궁금한데요"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3040대 반응이 좋았다. 20대엔 아직 경험이 적고, 50대 이상은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낮다. 3040대가 타겟층으로 딱이었다. 결혼, 육아, 직장생활, 투자 실패 등 다양한 경험이 쌓인 세대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비교 심리"다. 혈액형 테스트는 결과가 4가지뿐이라 친구와 비교할 게 없었다. 하지만 경험치는 점수다. "나 78점인데 넌?" 이런 대화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점수 차이가 곧 대화 주제가 되고, 대화는 곧 공유로 이어진다.

바이럴 콘텐츠의 3가지 조건

20년간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면서 배운 바이럴 공식이 있다:

  1. 자기 이야기여야 한다: 남의 이야기는 공유 안 한다. "내 점수"가 나와야 캡쳐해서 올린다.
  2. 결과가 공유할 만해야 한다: 뻔한 칭찬은 공유 욕구를 자극하지 않는다. 적당히 비꼬면서도 공감되는 멘트가 필요하다.
  3. 30초 안에 끝나야 한다: 질문이 100개면 중간에 이탈한다. 50개도 많지만 O/X라 빠르다.

Life EXP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한다. 내 경험, 재밌는 AI 멘트, 빠른 완료.

LLM이 바꾼 게임

20년 전과 결정적으로 다른 건 LLM의 존재다. 예전엔 결과 멘트를 수백 개 하드코딩해야 했다. 지금은?

프롬프트: 이 사람은 30대 남성, 결혼 O, 이혼 O, 창업 O, 파산 O...
이 경험 조합을 보고 위트있게 평가해줘. 칭찬과 비아냥을 적절히 섞어서.

LLM이 알아서 맞춤형 멘트를 생성한다. 무한한 조합, 무한한 결과. 이게 핵심이다.

2003년 당시엔 결과를 4가지 타입으로 나눴다. "경험이 많은 타입", "신중한 타입" 같은 식이었다. 50개 문항 조합이 2^50이니까 수백경 가지인데, 결과는 고작 4가지. 너무 단순했다.

지금은? 50개 문항 각각의 조합마다 LLM이 다른 멘트를 생성한다. 같은 점수라도 경험 구성이 다르면 완전히 다른 평가가 나온다. "결혼 O + 이혼 O + 재혼 O"와 "창업 O + 파산 O + 재창업 O"는 점수가 같아도 전혀 다른 스토리다. LLM은 이 차이를 이해하고 각각에 맞는 멘트를 만든다.

이건 단순히 "AI를 갖다 붙인" 게 아니다. LLM 없이는 불가능한 서비스 구조다. 문항 조합의 경우의 수가 사실상 무한한데, 각각에 대해 의미 있는 피드백을 생성할 수 있는 건 LLM뿐이다.

Claude에게 기획서 정리를 맡기다

사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문서화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Claude에게 맡겼다.

"혈액형 테스트 경험을 바탕으로, LLM 평가를 활용한 인생 경험치 측정 서비스 기획서를 작성해줘"

30분 만에 50개 문항, 가중치 시스템, 레벨 체계, 수익 모델까지 정리됐다. 내가 한 건 방향 제시와 검토뿐.

물론 처음 나온 결과가 완벽하진 않았다. 문항 중 일부는 너무 무거웠다. "가족의 죽음을 경험했나요?" 같은 질문은 바이럴 콘텐츠에 맞지 않았다. 너무 진지해지면 공유 욕구가 떨어진다.

Claude에게 피드백을 주고 수정을 요청했다. "너무 무거운 질문은 빼고, 좀 더 가벼운 경험 위주로 바꿔줘. 하지만 점수 차별화는 유지해야 해." 3번의 수정 끝에 적절한 밸런스를 찾았다.

결과적으로 50개 문항은 이렇게 구성됐다:

  • 가벼운 일상 경험 (30개): 해외여행, 히치하이킹, 번지점프 등
  • 중간 강도 경험 (15개): 창업, 투자 성공/실패, 이직 등
  • 무거운 인생 경험 (5개): 결혼, 이혼, 큰 사고/병 등

가벼운 문항이 많아야 "나도 해볼까?"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무거운 문항은 소수지만 점수 가중치가 높아서 차별화에 기여한다.

수익 모델 고민

바이럴 콘텐츠는 트래픽이 몰려도 수익화가 쉽지 않다. 광고 단가가 낮고, 체류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Life EXP의 수익 모델은 단계별로 계획했다:

Phase 1 (런칭 직후):

  • Google AdSense (기본)
  • 목표: 서버 비용 회수

Phase 2 (월 방문자 10만 돌파 시):

  • 프리미엄 결과 (유료): AI가 더 상세한 인생 분석 제공
  • 가격: $2.99 (한국 3,000원)

Phase 3 (월 방문자 50만 돌파 시):

  • 기업 맞춤형 버전: 채용, 팀빌딩 등에 활용
  • B2B 라이선스 판매

일단은 Phase 1부터 시작이다. 트래픽이 없으면 수익 모델도 무의미하니까.

다음 단계

기획은 끝났다. 이제 구현이다. Next.js + PostgreSQL + LiteLLM 조합으로 가기로 했다. 코딩도 Claude에게 맡길 생각이다.

AI 시대의 개발이란 이런 거 아닐까. 사람은 "무엇을"에 집중하고, "어떻게"는 AI가 담당한다.

혈액형 테스트는 2003년의 추억으로 남겨두고, Life EXP로 2024년의 새로운 바이럴을 만들어보자. 20년 전엔 혼자 코딩하느라 몇 주가 걸렸지만, 지금은 Claude와 함께 며칠이면 충분하다.